세계에는 수많은 독특한 치즈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사르데냐(Sardegna)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카수 마르주(Casu Marzu)’는 단연 독특한 치즈로 꼽힙니다. 카수 마르주는 이탈리아어로 ‘썩은 치즈’를 의미하는데, 실제로 치즈 속에서 살아 있는 구더기가 꿈틀대는 모습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강렬한 개성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미식 문화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카수 마르주의 기원과 제작 과정, 그리고 이를 둘러싼 논란과 현대적인 시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카수 마르주의 기원과 전통
카수 마르주는 이탈리아의 지중해 섬인 사르데냐에서 오랜 전통을 이어온 특산품입니다. 사르데냐는 이탈리아 본토와는 다른 독자적인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치즈 생산은 중요한 식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치즈는 원래 양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사르도(Pecorino Sardo) 치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숙성 치즈와 달리, 카수 마르주는 치즈의 발효 과정을 극단적으로 연장해 특별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통적으로 사르데냐의 농부들은 치즈를 저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날파리(Piophila casei)가 치즈에 알을 낳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에서 부화한 구더기가 치즈를 먹고 소화하며, 이 과정에서 치즈는 더욱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을 얻게 됩니다. 현지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자연적인 숙성 과정’으로 보고, 특별한 맛과 향을 가진 카수 마르주를 독특한 별미로 여겼습니다.
카수 마르주는 전통적으로 축제나 중요한 행사 때 가족 및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으며, 환대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사르데냐의 가정에서는 카수 마르주를 제공하는 것이 손님에게 최고의 대접을 의미한다고 여겨졌으며, 이러한 문화는 지금까지도 일부 지역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 카수 마르주의 제작 과정과 특징
- 치즈 숙성 및 날파리 유입
먼저, 기본이 되는 페코리노 사르도 치즈를 일정 기간 숙성시킵니다. 숙성이 진행되면 일부 치즈는 껍질을 살짝 벗겨 외부 공기에 노출시킵니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날파리가 치즈에 접근하여 알을 낳게 됩니다. 날파리 유입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카수 마르주의 핵심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자연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지 않으면 날파리가 알을 낳지 않거나 부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치즈 장인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이 과정을 조절하는 경험이 많은 치즈 제조자들이 가족 내에서 그 기술을 전수하며, 자연 발효를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로 여겨집니다.
- 구더기의 활동과 발효 과정
알에서 부화한 구더기는 치즈 내부를 파고들며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데, 이 효소가 치즈를 더욱 부드럽고 크리미한 상태로 변화시킵니다. 이 과정이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지속되면 치즈는 매우 연하고 흐물거리는 질감을 갖게 됩니다. 일반적인 치즈와는 달리 단단한 껍질 없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형태를 띠게 됩니다.
구더기가 치즈 속을 이동하며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특유의 강렬한 향이 발생합니다. 이 향은 톡 쏘는 듯한 신맛과 강한 발효취가 특징이며, 일반적인 치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형성합니다.
- 섭취 방법과 맛의 특징
카수 마르주는 전통적으로 사르데냐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한 날이나 축제 때 먹는 음식입니다. 섭취 방법도 독특한데, 살아 있는 구더기와 함께 먹을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경우 치즈를 밀폐 용기에 넣어 구더기를 질식시킨 후 먹기도 합니다.
이 치즈는 강렬한 발효 향을 가지고 있으며, 맛은 짠맛과 신맛이 섞인 독특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텍스처는 매우 부드럽고 크리미하여 혀에서 쉽게 녹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향과 식감이 강해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카수 마르주는 얇게 썬 빵(카라사우)과 함께 먹으며, 레드 와인과 곁들여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조합은 치즈의 강한 맛을 중화시키고 더욱 풍부한 풍미를 제공합니다.
🧐 논란과 현대적인 시각
- 건강과 안전 문제
카수 마르주는 살아 있는 구더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식품 위생과 관련한 논란이 많습니다. 구더기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섭취할 경우, 일부는 위산을 피해 장까지 살아남아 내장 기생충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연합(EU)에서는 공식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상태이며, 이탈리아에서도 법적으로는 불법적인 치즈로 분류됩니다.
- 전통 보호와 미식 문화
그러나 사르데냐 현지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카수 마르주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으며, 밀거래나 가정에서 비공식적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일부 미식가들은 이 치즈를 ‘세계에서 가장 강렬한 미식 체험’ 중 하나로 꼽으며, 현지에서만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음식으로 여깁니다.
- 현대적 대체 치즈 개발
최근에는 카수 마르주의 독특한 풍미를 재현하면서도 안전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치즈 제조업체들은 구더기 없이도 유사한 맛과 질감을 구현할 수 있는 발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치즈가 합법적인 대체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수 마르주는 단순히 ‘구더기가 있는 치즈’가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사르데냐의 독특한 미식 문화입니다. 비록 위생 문제로 인해 논란이 많고, 현대적인 식품 규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미식 경험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독특한 치즈를 맛볼 용기가 있다면, 사르데냐 현지를 방문해 현지인들과 함께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세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음식 문화가 존재하며, 카수 마르주는 그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이고 강렬한 사례 중 하나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