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다양한 전통 축제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나마하게’악마 축제는 독특한 의미와 강렬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붉고 푸른 무서운 가면을 쓴 사람들이 커다란 칼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하며 게으른 아이들을 혼내는 이 축제는 아키타현 오가(男鹿) 반도 지역에서 매년 열립니다. 단순한 공포 행사가 아니라 가족과 지역 사회의 전통을 유지하고,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행사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려움 속에 숨은 교훈과 전통, 나마하게 악마 축제의 유래와 의미, 축제의 진행 방식, 그리고 현대에서의 변화와 논란을 살펴보겠습니다.
나마하게 축제의 유래와 의미
- 전설과 기원
나마하게 축제의 기원은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전설에 따르면, 중국에서 다섯 마리의 악마가 아키타현 오가 지역으로 건너왔고, 이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큰 공포를 안겨 주었습니다. 악마들은 매년 새해가 되면 마을을 습격하며 소녀들을 납치하고 가축을 빼앗았습니다. 이에 용감한 마을 사람들이 꾀를 내어, 악마들에게 ‘1000개의 돌 계단을 하루 만에 쌓으면 마을을 내어주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악마들은 이를 받아들여 밤새 계단을 쌓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닭 울음소리를 조작하여 새벽이 온 것처럼 꾸미자 속아 넘어가 도망쳤다고 합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매년 악마를 흉내 내어 가면을 쓰고 집을 방문하는 풍습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악마를 쫓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게 되었습니다.
- ‘나마하게’의 의미
‘나마하게’라는 이름은 일본어에서 ‘나마미(生身, 뜨거운 피부)’와 ‘하게(剥げ, 벗겨지다)’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는 게으름을 피우며 따뜻한 화로 앞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피부가 벗겨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즉, 나마하게는 게으름을 경계하고 부지런한 삶을 살도록 가르치는 교훈적인 존재인 것입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는 공포심을 주어 올바른 생활 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나마하게는 단순한 악마의 형상이 아니라, 마을을 수호하고 악을 몰아내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전통적인 신앙이 강한데, 나마하게는 이러한 신앙 속에서 지역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마하게의 등장은 단순한 공포심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나쁜 습관을 버리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마하게 축제의 진행 방식
- 축제의 준비 과정
나마하게 축제는 매년 12월 31일, 일본의 섣달그믐날에 진행됩니다. 축제 전날이 되면 마을 남성들은 직접 손으로 만든 오니(도깨비) 가면을 쓰고, 짚으로 만든 전통 의상을 입습니다. 붉은 얼굴은 화(火)와 열정을, 푸른 얼굴은 차가움과 냉정을 상징하며, 각각 다른 성격의 오니(도깨비)를 표현합니다.
나마하게로 변신한 남성들은 행사 전에 마을 신사를 방문하여 축제의 무사 진행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릅니다. 이후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집을 방문할 순서를 조율한 후,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됩니다.
- 집집마다 방문하는 나마하게
축제가 시작되면, 무서운 가면을 쓴 나마하게들이 큰 칼과 나무 방망이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닙니다. 이들은 집집마다 방문하며 “이 집에 게으른 아이는 없는가?”라고 외치며 가족들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부모들은 나마하게를 맞이하며 “우리 아이는 부지런하고 착합니다”라고 답하거나, 아이가 게으르면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약속을 합니다. 나마하게는 가족들에게 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아이들을 겁주고 나서 다시 떠납니다.
어린아이들은 나마하게를 두려워하면서도, 부모와 함께 나마하게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나마하게에게 아이들의 성장을 기원하며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 전통적인 음식과 의식
나마하게가 방문하면 가족들은 ‘세키한(赤飯, 붉은 팥밥)’과 ‘사케(일본 청주)’를 대접하며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나마하게가 집을 떠날 때, 아이들은 무서워하면서도 동시에 안심하며 축제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한 해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새로운 해의 복을 기원하는 것이 이 축제의 핵심입니다.
현대에서의 변화와 논란
- 관광 산업과 축제의 대중화
과거에는 오가 지역의 전통 행사로만 진행되었지만, 현재는 일본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 축제가 되었습니다. 2018년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매년 2월에는 ‘나마하게 세도 축제’라는 공식적인 행사도 열려, 대규모 퍼레이드와 함께 많은 관광객이 방문합니다. 관광객들은 직접 나마하게 의상을 입고 체험할 수도 있으며, 전통 가면 제작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됩니다.
-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과 논란
나마하게 축제는 교육적인 의미가 크지만, 일부에서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공포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습니다. 특히, 너무 어린 아이들은 나마하게를 실제 악마로 인식하여 심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축제 참여 연령을 조정하거나, 공포감을 완화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훈육’ 방식보다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나마하게의 역할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기도 합니다.
- 전통과 현대의 조화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가 지역 주민들은 나마하게 축제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나마하게와 친해지는 ‘어린이 체험 행사’를 마련하여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가족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나마하게 축제는 단순한 공포 행사가 아니라, 가족과 지역 사회가 함께 전통을 공유하며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문화 행사입니다. 일본의 오랜 역사와 신앙이 녹아 있는 이 축제는, 게으름을 경계하고 성실한 삶을 살도록 가르치는 교육적인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변화 속에서도 이 축제가 계속해서 전승되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혹시 여러분도 나마하게 축제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싶지는 않으신가요?